나의 이야기 56

만년

젊었을 때 그 젊은날이 처음이어서 서투르고 머뭇거리다가 젊음이 흣딱 지나갔다. 중년이 되어서도 일에 묻혀 그 세월이 어떤 세월인지 느껴보지도 못한 사이에 또 세월이 훗딱 가버렸다. 이제 만년의 세월이 남아있는데 나는 또 망설이고 있다. 아이들은 이제 아부지 삶을 찾으라고 하지만 무엇이 내 삶인지 솔직히 알지 못한다. 이거다 내 놓을건 없지만 한 순간도 빈틈없이 채워져 드러나는 이 모든 것들 중에 딱히 내 것이라 할 게 없다. 내 가족 내 재산 내 명예 모두 내것 같지만 내가 가고나면 무엇이 온전히 남을까? 우리 부모나 친지들도 죽어 한 줌 재로 묻히고 나니 그들과의 추억만 가슴에 남아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추억만 남는 것일까? 어떤 대단한 사람은 그 업적을 추억속에 남기는 것이고... 사람들이 주-욱..

나의 이야기 2022.07.06

첫 경험

언제부턴가 첫경험은 시작되었다. 어머니로 부터 첫 수유를 받던 경험은 우리는 전혀 기억하진 못하지만 언젠가 겪었던 벅찬 경험이었으리라. 다시 아기가 되고 어린아이가 되어 나날이 겪었던 수 많은 체험들도 모두 첫경험들이다. 우리는 어쩌면 이런 첫경험들이 모여서 이루어졌을 터이다. 첫경험은 뇌리에 깊이 새겨진다. 뇌리가 아닌 가슴에 새겨진다. 첫사랑의 경험, 처음으로 체험한 섹스, 또 처음으로 가족을 이룬 벅찬 체험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한다. 그래서 그 경험들이 지속되지 못하거나 훼손될때 우리는 좌절하고 분노하고 애착한다 아니 병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이것이 사람이라는 그 무엇이다. 그리고 이런 벅찬 생명현상의 소용돌이 속에 조각난 것들이 휩쓸려 흐르는, 그래서 아우성치고 괴로워 울부짖는 이것이 세상이라..

나의 이야기 2022.06.17

삶이란 결국 깨닫고 보면 삶이 아니다. 원래 그런 환상이 있었고 그 모든 것을 알고나면 알고난 진실 뿐이다. 죽고 사는 문제가 이젠 제1의 주제가 되지 못한다. 그 옛날 대혜종고가 삶도 그저 그렇고 죽는것도 그저 그러니 頌이야 있건 없건 그게 무슨 대수겠나 하고는 천화하였단다. 요즘의 심정이 그렇다. 다 알겠는데 그리 신나지는 않다. 풀잎 하나가 여실히 빛난것은 알지만 가슴 뛰지는 않는 요즘이다. 등산모임에 강대장이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떠난다고 했는데 나는 떠나지도 못한다.

나의 이야기 2022.06.16

그림 그리기 & 禪

그림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한지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요즘은 주로 소묘를 위주로 배운다. 재미있다. 내게 이런 재주가 있다는게 신기하다. 하기야 뭔들 없으랴, 본래 부처인데..ㅎ 소묘작업을 하면 시간이 훗딱 간다. 그러고 나면 하얀 종이 위에 어떤 형상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라는 게 떡 하니 나타난다. 아마 모르긴 해도 화가들은 이 맛에 그림을 계속 그리는가 싶다. 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뭘 그리고 싶은 건지. 아마도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심상(心象)을 그리고 싶은 것일 게다. 예를들면 오래전 군대생활때 멀리 고향 쪽을 바라볼 때 그 쪽에 아련하게 보이는 멀고 푸른 산. 그 산을 그리면 그 때 그 그리움이 같이 되살아날까? 그 푸르스름한 산이 뭔가를 그리워하는 나의 심상과 한 덩어리가 되었었는지는..

나의 이야기 2022.02.11

마음 수행

늘 화두는 마음을 닦아 어떻게 어디에 쓸까? 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것은 깨달음이다, 이 기본이 안되면 늘 경계에 끌려다닌다. 경계에 끌려다닌다는 말은 늘 상황에 따라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말이다. 그 말은 한결같이 잠잠하고 고요하게만 거(居)한다는 말이 아니다. 즐겁고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삶 그러나 결코 경박하지 않는 밝은 행보를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즘의 언어에 능통해야 한다. 시류에 휩쓸려 가면서도 맑은정신 그대로 여여한 삶을 살기 위한 기본 기술이 바로 이 언어에 능숙함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도구로 이웃과 소통하며 서로를 開悟시키는 것이다. 우선은 깨달음이고 다음은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는것 이것이 백거사님이 말한 무분별 후득지 이다.

나의 이야기 2022.01.05

자랑질

자랑질의 심리는 자존감 채우기이다. 그러므로 자랑질을 해대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 무릇 어떤 과잉 행동은 뒤집어보면 그 실상이 보인다. 마치 배가 고플수록 밥 생각이 자주나듯, 빠진 이빨 자리로 혀가 자꾸 가듯이 그 결핍은 자주 그쪽을 드나듦니다. 소인배는 자기 자랑 아니면 남을 헐뜯는 일을 일삼는다고 옛 사람들도 말했었다. 어느새 자랑질 하는 스스로를 말끄러미 볼 일이다.

나의 이야기 2021.03.29

가장 맛있는 맥주

가장 맛있는 맥주는 어디에 있을까? 미국에 독일에? 아니면 일본? 혹시 중국 칭따오? 아니다 그건 산 밑에 있다. 등산을 하고 내려오면 정말 맥주가 맛있다. 하이트건 카스건 상관없다. 이렇듯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미국에? 스위스에? 아니면 핀란드나 먼 남태평양의 피지섬에 있을까? 이것도 맥주처럼 가장 큰 갈증이 해소되는 자리에 있다. 그 갈증은 학수고대하던 목표이기도 하고 빠져나가고 싶은 불행의 질곡일 수도 있고 인생의 모든 에너지가 축적되는 곳이다. 갈증처럼 행복에 대한 바램도 채워지고 나면 곧 사라져버린다. 한번 행복해진다고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듯이 갈증이 채워진 이후엔 다시 세상은 다른 조건들로 채워지고, 이 조건들에서 다시 갈증이 생기고 우리는 조바심하고 스스로 경책하면서 나아간다..

나의 이야기 2020.10.04

말에 앞서 말투가 있다 우리는 말을 듣기보다 말투를 먼저 감지한다. 강아지를 키울 때 강아지가 주인의 말을 세밀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주인의 말투에서 그 기분이나 의도를 재빨리 짐작해 처신한다. 말투는 동서양이 공통이다. 우리가 기쁘거나 슬플 때 내는 톤이나 억양이 서양 사람들의 그것과 언제나 똑같다. 말투는 사람마다 달라서 평소 그 사람의 마음자세를 보여준다. 평소 늘 쾌활한 말투가 있는가 하면 늘 음울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말투로서 사람은 자신을 은연중에 내보인다. 아무리 자신의 심중을 감추고 말을 하려 해도 말투 까지 감출 수는 없다. 말투나 말을 하는 방식 같은 말 이전의 것들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러니 늘 온화한 말투가 되는 것은 그만큼 온화한 마음가짐이 지속되어야 가능하다. 일..

나의 이야기 2020.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