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오랜만에 가덕도 산행을 했습니다.
한 너댓 번은 이 산을 갔었던 것 같네요. 오늘은 대항 마을에서 연대 봉까지 가서 주욱 종주 하는 것과, 임도를 따라 천가초등학교로 내려오는 비교적 쉬운 코스 두가지입니다.
대항마을에서 연대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네요, 겨울이라 마른 풀들과 벗은 나무들이 바다를 보고 조용히 서있습니다. 숨이 턱에 차다 싶으니 이윽고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멀리 거가대교가 흐린 날씨 속에 아련하게 보이고, 돌아다보니 남쪽으로 국수봉이 펼쳐집니다, 저기가 새 공항이 들어설 자리인가 봅니다. 산을 온통 갂아내고 바다를 메워 공항을 만든다니 정말 어마어마한 공사가 되겠네요.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산 정상의 데크에 모여 모두 맛있는 점심식사를 합니다. 저녁에 맛있는걸 먹으려면 좀 일찌기 밥을 먹는게 좋겠다는 어느 한 사람의 말도 안돼는 논리에도 모두 별 말 없이 도시락을 풀어 놓네요..ㅎ 갖가지 도시락을 펼쳐 놓으니 부페가 따로 없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꽃도 피워가며 언제나 식사는 즐겁습니다.
점심 식사후 일행은 두 조로 나뉩니다, 하나는 봉우리를 넘어가는 A조, 그리고 임도를 쉬엄쉬엄 가는 B조입니다.
나는 오늘은 B조를 따라 쉬운 코스로 가기로 했습니다. 연대봉에서 한 20분 안부로 내려와서는 바로 임도가 연결됩니다.
임도는 작은 자갈돌을 깔아둔 곳도 있고 마을 근처엔 모두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군요.
중간에 전망대에서 사진도 찍고, 국군용사 충혼비라는 6.25 전몰자 위령비도 둘러보았습니다. 가덕도 출신 전몰자도 꽤 계시네요.
내려오는 길은 조금 가파른 시멘트길인데 모두 뒷걸음질로 내려왔습니다. 등산 막바지에 이렇게 걸으면 다리의 피로가 풀리면서 시원하답니다.
마을로 내려가서는 길을 잃었습니다. 도시계획 전에 이뤄진 옛날 마을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있어 조금 헤매고 있는데 다른 일행을 만나 가까스로 동사무소 (지금은 주민센터라 하나요?) 까지 갈 수가 있었네요.
한시간을 넘게 기다려서 A조가 도착하였습니다. 매봉을 지나 응봉산을 너머 강금봉까지 완주를 하고 왔군요. 다들 씩씩한 장군 같습니다. 우리보다 한 2~3km는 더 걸었을 성 싶습니다.
모두 모였으니 이제 저녁 식사를 하러 갑니다. 녹산을 빠져나와 명지의 어느 바닷가 항구 옆에 물위에 있는 식당입니다.
"갈삼구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갈치와 삼겹살인줄 알았는데 갈미조개와 삼겹살을 같이 구워 먹는 메뉴랍니다.^^
불판위에 콩나물 무침을 먼저 얹어놓고 갈미조개와 삼겹살을 구워서 식당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얇게 썬 무와 절인 깻잎으로 싸서 먹는다는데 몇 번은 그렇게 먹다가 나중엔 그냥 먹었습니다. 갈미조개는 명지 일대에서만 주로 나는데 특별한 맛은 잘 모르겠네요. 워낙 미식가하고는 거리가 먼 제 입맛이라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이렇게 한잔 술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해가 지네요. 강변, 어쩌면 바닷가 일지도 모르는 물가에서 저녁을 맞이하고 또 하루가 이렇게 흘러갑니다.